쇼코의 미소는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를 포함해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이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최은영 작가의 글에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 기대감을 완벽히 충족시켜준 소설이다. 이렇게 깊이 빠져들어 읽은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다.
최은영 작가의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음에도, 책 표지만 봤을 때 별로 읽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요즘 흔하게 쓰이는 분홍색 바탕에 얇은 글씨를 보고는 '그냥 트렌드에 따른 표지겠거니'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처럼 적절한 표지가 또 있을까 싶어진다. 따뜻한 햇빛이 엷게 비추지만, 채 봄이 오지 않아 어딘가 냉기가 느껴지는 배경.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표지일 것이다.
책은 관계의 거리에 관해 말한다. 때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수많은 '현실'이 관계의 거리를 정할 때가 있다. 이 책에서 그 현실은 이미 진행돼버린 역사이기도 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되기도 하며, 죽음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르는 자들의 마음이 가까울수록 갈라짐 사이에 많은 것들이 남는다. 원망, 슬픔, 그리움, 미련, 후회. 이런 감정들은 다만 가라앉아있을 뿐 언제든 떠올라 눈앞을 흐리곤 한다. '쇼코의 미소'에는 이렇게 전해지지 못하고 부유하는 마음이 그러모아져 있다.
최은영 작가가 표현해내는 세상은 지나칠 만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 흡입력 때문에 읽는 동안 몇 번을 집어 던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빼 들은 책이었는데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이라는 벽을 자꾸 마주하게 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지는 상황에 작가가 미웠고, 작가가 그리는 것이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져 그랬다. 책을 몇 번이나 읽다 말고 덮었다.
그러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건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황은 너무도 차갑지만, 소설 속 인물 각각은, 이 인물들을 보는 시선은 아주 따뜻하다. 이 온도 차가 아려서 자꾸 마음 아프고 눈물이 났지만 이 따뜻함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 최은영은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 했던 모두를 껴안고 사랑을 담아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자의든 타의든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따른다. 수많은 헤어짐을 겪어왔거나, 겪어야 하는 우리를 위로하는 책이다. 추운 겨울, 햇살 한줄기 위로를 받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채 오지 않은 봄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쇼코의 미소'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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