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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책

[서평]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책 추천)

by 혜팡이 202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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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작가의 삶과 여러 그림책이 맞닿은 점들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결이 만드는 세계는 누구에게나 은은히 따뜻하다. 다른 것, 소외된 것을 품어내는 힘이 있다. 유하지만 견고하다. 작은 고양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게 된 야생동물, 남과는 다른 길을 걷는 사람까지. 스쳐지날 수 있는 생명에 관심을 두고, 세심한 관찰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안데르센 동화, 콩쥐팥쥐 처럼 특정 나이대에 누구나 읽는 동화만 읽어왔기에 책에 담긴 동화가 모두 생소했다.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서점에서 동화책은 표지만 보고 지나치곤 했는데 내가 모르는 넓은 세계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어릴 때 읽었다면 생각해보지 못하고 넘겼을 것들을 작가와 함께 깊이 읽어나갔다. 무시하고 지나쳤던 얇은 동화책 한 권에도 지금 내게 필요한 이야기, 가치가 담겨있었다. 작가는 '내가 읽은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그때의 나만큼만 읽혔다.'는 문장으로 이를 표현한다. 이 한 문장에 크게 공감했다. 

  어릴 때는 많은 책을 읽는 나 자신에 취해서, 커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책을 읽고 싶어서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 독서 습관은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다시 읽고 바뀌었다. 분명히 읽었을 구절이 새로웠다. 글과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늘어있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고작 1년 차이인데도 이렇게나 다를 수 있구나.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이 내 성장의 지표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책을 읽어나가던 즐거움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성장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더해졌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도 동화를 읽을 생각은 못 했는데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읽고 나니 당장 동화를 펼쳐 읽고 싶어졌다. 동화가 담고 있는 것이 얕아서가 아니라 내가 얕았기 때문에 얕게 봤던 것임을 깨달아서다. 이 책을 읽은 후의 깊이만큼 동화책을 깊이 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지, 그 많은 이야기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서점에 가서 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한 권 사야겠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싶어>pg, 73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싶어>pg, 73

</이상하고></이상하고>

 

 사회가 맞다고 하는 길을 벗어나 늦어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 마음먹었지만, 사람을 만나고 매체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 들으면 쉽게 쓸려나가곤 했다. 나를 의심하게 됐고, 쉽게 불안해졌다. 작가의 포용력은 이런 불안감을 잠재워준다. 세상에 휩쓸려 나를 잃어갈 때 이 책을 떠올리며 나를 다잡아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길에서 흔들리지 않고 걸어나가고, 걸어내서 누군가에게 이런 세계가 되어 주고 싶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어크로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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