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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책

[서평] 상냥한 폭력의 시대

by 혜팡이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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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정이현 작가의 소설집이다. 

부드러운 표지의 질감 덕에

 차분해진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상냥한 폭력의 시대 표지. 질감이 아주 부드럽다.


감탄했다. 한 장을 채 읽기도 전, 응원하게 될 작가를 또 한 명 찾았음을 알게 됐다.

 매력적인 문장력도, 인간 삶과 감정에 대한 통찰도 대단했다. 

짧은 메시지에서 나타나는 진의를 파악해내는 날카로움은 조금 두렵기도 했다. 

책이 어렵지는 않지만 내 이기를 들키는 기분이 종종 들어 마냥 편히 읽지는 못 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선택의 결과, 혹은 선택할 새 없이 이미 일어나버린 것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은 집, 사람처럼 물리적인 것들이기도 하고 죄책, 후회, 미련 등 감정이기도 하다. 작가는 극 중 인물의 선택에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선택에 따른 결과만을 남겨둔다. 


 그래서 인물들의 선택 하나하나는 '이런 삶도 있어. 너라면 어떻게 할래?' 라는 아주 무미건조한 질문과 같이 느껴졌다. '당연히 이 인물들처럼 후회하며 살고 싶지는 않지.' 라고 생각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139page)상냥한 폭력의 시대 (139page)


 하지만 알고 있다. 생각은 행동보다 쉽기에 오만하다. 정말 '나의 일'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후회 없이 살겠다는 내 마음도 다가올 미래라는 바람 앞 등불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물며 그 선택이라는 것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면. 


 무섭지 않게 쓰인 책이 너무 무서웠다. 조급히 대비해야겠다는 가쁜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그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삶은 가능하지 않을까. 적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라는 기준을 세워두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자라며 선택의 책임이 점점 커짐을 느끼는 요즘이기에 마음이 급해진다.

 책을 다 읽고 글로 정리하면서도 무엇하나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지만, 덕분에 흙 고르기 정도는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흡입력 있게 빠르게 읽은 책은 오랜만이라 쉽게 글을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어떤 책보다 어려웠다. 쉽게 읽히되 깊게 고민하게 하는 글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한 책이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상냥한 폭력의 시대:정이현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개똥이네][중고-상] 상냥한 폭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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