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4월이 지나,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 읽었다.
데미안 한 권으로 나를 매혹시켰던 헤르만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명문 신학교에 입학할만큼 머리가 좋은 학생이다. 학교와 집안의 엄격한 규율을 별 의심 없이 따르던 한스 기벤라트는 자란 동네를, 아버지를 벗어나 신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 '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다. 우정, 사랑, 죽음까지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 성장하며 자신이 살아내야 하는 삶 안에서 자신이 잃어간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 생각은 현실과 많은 곳에서 충돌한다. 그리고 그 충돌은 기벤라트를 수레바퀴 아래로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한다..
내 청년기에 이 책을 읽었으면 어땠을까. 기벤라트의 마음을 더욱 온전히 이해했을지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가 나이들었음을, 어느새 나도 책에서 표현하는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있음을 깨달았다. 방황하는 기벤라트를 때때로 책 속에서 표현하는 답답하고 고루한 부모와 선생님의 마음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항심 가득했던 어린 날을 보내고, 나는 그 어린 날을 때때로 후회했다. 다수가 따르는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웠지만, 다시 그 궤도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걱정 섞인 조언은 아이들이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조금 더 미래가 보장된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주인공의 반항이 잠시로 끝이 나길 바랐던 것이다. 물론 수재로의 삶, 당시 누구나가 동경하던 모습대로 삶을 살아내는 것이 기벤라트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한편으로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남들 하는 만큼, 남들 하는 대로 따르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때때로 나의 젊음을, 이 생을 아쉬워 하면서.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이야기는 초록빛 봄을 지나 땀흘리는 여름, 그리고 버석하고 쓸쓸한 가을까지 그려낸다. 계절감뿐만 아니라 숨막히는 두려움이 가득했던 젊은 날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할만큼 생생하다.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과 같이, 당시 명문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시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커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를 그만둔 뒤 15세에는 자살 시도를 했고 이후엔 신경쇠약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책 속의 주인공의 고뇌가 곧 헤세의 고뇌였음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후 시계공장, 서점 등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며 집필을 시작해 전업 작가가 된 그는 85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10권이 넘는 책을 쓴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 그가 살아남아 집필한 책이 나에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면 15살, 헤세가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미안 한 권만 읽고도 헤르만 헤세에 푹 빠져 싯다르타를 구매해 읽었는데, 싯다르타 역시 내 인생 책 중 한 권이 될 정도로 좋았다. 수레바퀴 아래서 역시 큰 기대를 하고 읽어내려갔는데, 데미안과 싯다르타를 읽었을 때 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어린 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가 20대에 출간한 책인데, 20대에 이런 표현력으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에서 또 한 번 놀랐다.
다음 책으로는 아껴두었던 유리알 유희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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