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시작한 구직 활동. 탈락의 고배를 줄줄이 마시다 처음으로 한 스타트업의 최종면접 자리까지 갔다.
자소서와 포트폴리오 제출을 시작으로 과제 전형, 1차, 2차 면접까지 한 달 반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리고 떨어졌다.
한 달 반 동안의 준비와 기다림이 탈락 메일 하나로 마침표 지어지는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는 표현이 글자 그대로의 표현이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합격 발표가 늦어지면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메일을 두 번, 세 번... 다섯 번을 읽고 나서야 하얘진 머리에 불합격이라는 세 글자를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번에 이 회사에 합격하지 못한 것이 좋은 일인지 좋지 않은 일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당장 받게 된 불합격이라는 결과에 담담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만큼은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작성했다.
'내가 걱정을 하든, 기대를 하든 내 손을 떠난 것에 어떤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깨달음.'
처음엔 채용 단계별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정해진 발표 날짜가 없어 결과를 받기 전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잠에 들어도 악몽을 꾸기 일수였다. 낮에는 다른 곳에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마음 한편에 이제는 될 것이라 생각했던 교만도 해야 할 것을 미뤄두는데 한몫했다. 합격 결과가 나오면 잠시 밝았다가, 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오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한 달가량을 이렇게 보낸 후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내 걱정으로 함께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야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평정심이 필요했다. 최종 면접을 앞두고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게 됐다.
평정심을 위해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첫 합격에 들뜨고 기뻤던 마음도, 단계별로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했던 마음도 돌아보니 불필요한 감정이었다. 어떤 감정을 갖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핑계가 되기엔 그 사람들이 너무 소중했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 취업하는 것이 내 성장의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매이지 않기로 했다.
이후에 최종 면접 결과를 기다리면서는 이전과 같이 구직 활동을 이어나가고, 공부해 나갈 수 있었다. 결과를 받고 나서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던 것도 내 감정이 변화시킬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계속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기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전처럼 기대하며 감정에 매몰되어 있지 않으니, 실망이 적었다.
새해 목표를 잡기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올 해의 목표는 꾸준히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유지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구직 활동을 하는 내게 꼭 필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 하나 더 있다.
다른 말보다 '수고했어' 이 한 마디가 너무 감사하고, 응원이 된다는 것.
이번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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